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같은 옻칠, 다른 전략 – 나주와 대구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완전 비교

myojeomi11 2025. 7. 16. 16:50

나무 위의 예술, 옻칠의 전통은 어떻게 계승되고 있을까

옻칠은 단순한 도료가 아닙니다. 자연에서 얻은 생 옻을 정성스럽게 가공하고, 이를 나무와 금속, 천, 종이에 입혀 예술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갖춘 전통 공예 기술입니다. 한국 옻칠은 수천 년을 이어온 유산으로, 고려청자나 조선의 나전칠기에서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도 세계적으로 가장 정교하고 깊이 있는 칠공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나주와 대구는 각각 호남과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옻칠 문화의 중심지로, 지역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옻칠을 전승하고 보존하는 방식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라남도 나주는 전통적인 칠기 생산지로서 옻나무 재배와 원료 가공, 정통 옻칠 기술을 함께 계승하고 있으며, ‘나주 칠장(漆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대구는 근현대기를 거치며 공예 디자인 중심의 칠기 산업이 발전해 왔으며,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칠공예’ 분야로 지정되어 공예 예술과 현대 기술의 접점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보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주와 대구의 옻칠공예가 어떤 방식으로 전통을 지켜내고 있는지, 그 보존 전략의 차이점과 문화적 함의를 비교 분석하며, 전통 공예의 지속 가능한 전승을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같은 옻칠, 다른 전략 – 나주와 대구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완전 비교

 

나주 옻칠: 전통 기술 보존과 장인 중심 전승 체계의 강화

나주는 역사적으로 옻나무의 주산지이자, 칠기 제작의 중심지였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나주 일대는 생 옻 채취, 정제, 칠기 제작까지 전 과정을 마을 단위에서 이어온 생산지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위에 나주 칠장이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정통 기술의 국가적 보존 체계가 본격화되었습니다.

나주의 보존 전략은 정통 기술의 정확한 계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문화재청의 관리 아래 보유자–전수 조교–이수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기술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국립나주문화재연구센터’, ‘전통옻칠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전시, 교육, 기록화, 실연 시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나주 옻칠의 기술 정통성과 미적 완성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칠 원료의 생산부터 마감까지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현대 산업 기술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장인 공예’의 가치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일부 한계를 동반합니다. 기술을 엄격히 보존하려는 구조는 창의적 응용이나 현대 생활과의 연결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으며, 고령화된 장인층의 후속 세대 확보도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그런데도 나주 옻칠은 정통 기술이 전통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전승 철학에 근거하여, 예술성과 문화적 권위를 유지하며 한국 옻칠문화의 근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구 옻칠공예: 현대공예 융합 중심의 실용화·산업화 전략

대구의 옻칠공예는 나주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전통 칠기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 디자인, 실내 인테리어, 공예상품 등과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옻칠문화를 형성해 온 대구는, 2000년대 들어 옻칠을 예술과 산업이 만나는 접점에서 계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구광역시는 칠공예를 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예술성과 실용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전략을 채택했고, 이는 지역 내 여러 공예작가와 칠기 디자이너들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형 보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 감각에 맞춘 창작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대구칠예대전’과 같은 공예 공모전, 칠공예 창작스튜디오, 공방 연합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이는 칠기 공예를 단지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닌 재창조 가능한 디자인 자원으로 인식하려는 접근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젊은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이 옻칠에 관심을 갖게 했고, 생활용품·패션소품·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시장성과 콘텐츠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전통 기술 원형 보존 측면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며, 정확한 공정 재현이나 칠 성분 유지 등에서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어, ‘기술 전통성’ 확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구 옻칠공예는 전통을 고정된 유산이 아닌, 유연한 창작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보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통성 강화와 현대화 융합, 두 방식의 공존이 필요하다

나주 옻칠과 대구 옻칠공예는 각각 전통 공예의 정통성 중심 보존현대성 중심 융합 확장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나주는 정확한 공정과 기술의 순수성을 유지하며 ‘원형 보존’이라는 문화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대구는 공예를 산업과 연결하며 젊은 세대의 참여를 확대하는 유연한 계승 전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두 접근 방식은 모두 필요한 방향입니다. 나주의 방식은 정체성과 전통 기술의 근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며, 대구의 방식은 전통을 시대와 연결하고 실용화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앞으로의 옻칠 문화 보존 정책은 두 모델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교차 지점을 설계하고, 장인 중심 교육과 창작형 공방 시스템을 융합하는 복합형 전승 모델을 모색해야 합니다.

칠은 시간 위에 입히는 기술입니다. 오랜 인내와 반복 속에서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이 전통은, 보존이란 이름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조화롭게 변화하면서도 본질은 잃지 않아야 진정한 전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주와 대구는 그 지향점이 다르지만, 전통 옻칠을 지키기 위한 진심만큼은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