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같은 전통, 다른 계승법! 남원과 장흥 화각 공예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완전 정리

myojeomi11 2025. 7. 17. 18:05

고전미를 담은 뿔의 예술, 화각공예의 전통은 어떻게 계승되고 있을까요?

화각공예는 소의 뿔을 얇게 깎아 투명하게 만든 뒤, 그 위에 문양이나 채색을 입혀 장식품이나 실용품에 응용하는 전통 공예입니다. 이 독특한 공예기법은 자연 소재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화려하고도 정갈한 미감을 표현하는 한국 고유의 장인 정신이 집약된 분야입니다. 특히 화각은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사용되던 함, 경대, 인장함, 문갑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전통문화의 상징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고 있는 고급 공예 분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화각공예의 전통은 오늘날 남원과 장흥을 중심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두 지역 모두 자체적인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기능 보유자와 전수자 중심의 기술 전승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원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화각공예의 중심지로, 화각 장인의 오랜 가문과 전통을 기반으로 정통 기술 보존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지만, 장흥은 지역 공동체와 문화센터 중심의 생활 밀착형 보존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남원과 장흥의 화각공예가 각각 어떻게 보존되고 있으며, 기술 전승과 문화적 확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 공예가 시대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기 위한 다양한 무형문화재 보존 전략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남원 화각공예와 장흥 화각공예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비교

남원 화각공예: 정통성 중심의 기능 보존과 장인 중심 전승 체계

남원은 오랜 시간 동안 화각공예가 정통 기술로 계승되어 온 지역으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화각장’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화각 장인이 직접 원재료를 선별하고, 염색, 조각, 접착 등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전통 기술을 고수하고 있으며, 기능보유자의 숙련도에 따라 작품의 예술성이 정교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남원 화각은 채색 문양이 선명하고, 대칭 구도와 세밀한 조각이 뛰어나기로 잘 알려져 있으며, 문화재 복원 작업이나 고급 전통 소품 제작 등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남원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은 장인 중심의 전수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능보유자와 전수 조교, 이수자가 단계적으로 참여하는 전통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문화재청과 전라북도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전통 기능 경연대회, 기능 보유자 강연, 화각 실연 시연회 등을 통해 기술 전승과 대중 인식 제고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문화예술회관, 남원공예문화센터 등과 연계한 정규 교육 과정도 있어 젊은 세대가 화각공예에 입문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정통성 중심의 보존 방식은 실제 생활 속 활용이나 대중화에는 다소 한계가 존재합니다. 고급 기술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작품 단가가 높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일반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곤 합니다.
그런데도 남원은 정통성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기술의 순도와 전통의 깊이를 유지하며, 화각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보존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흥 화각공예: 생활 속 실용화와 공동체 기반의 현대형 보존 전략

장흥은 전라남도 남부 지역에 위치한 소도시이지만, 화각공예를 일상생활에 접목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장흥의 화각공예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40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기능보유자 중심의 기술 전승보다는 생활문화센터, 공예동호회, 지역 축제 등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형태로 기술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장흥의 보존 전략은 화각공예를 일상용품과 접목하여 실용성과 친근함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경대나 함뿐만 아니라 화각을 적용한 휴대폰 케이스, 펜 케이스, 액세서리, 벽걸이 장식품 등 다양한 생활 소품이 제작되고 있으며, 장흥문화예술회관과 장흥공예체험학교 등에서 실습 중심 교육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 주부, 은퇴자 등 다양한 계층이 화각공예를 접하고,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소품을 제작하면서 전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장흥의 방식은 화각공예를 현대 생활과 연결하고 대중화하려는 점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남원처럼 정통 기술을 세밀하게 계승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기능보유자의 수가 적고, 제작 기술의 전문성이나 정교함보다는 체험과 실용 중심의 교육이 우세하기 때문에, 예술적 완성도에서는 다소 부족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흥은 화각공예를 지역 문화자산으로 정착시키며, 전통을 보다 열린 방식으로 계승하려는 유연한 접근법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정통성과 실용성, 두 방식의 공존이 전통을 이어갑니다

 

남원 화각공예와 장흥 화각공예는 같은 전통 기법에서 출발했지만, 무형문화재로서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남원은 정통 장인 기술을 중심으로, 장흥은 생활과 공동체 중심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문화가 단일한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앞으로의 무형문화재 보존 정책은 두 도시의 보완적 장점을 조화롭게 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원은 장흥처럼 체험과 콘텐츠 기반의 대중 접점을 확대할 수 있고, 장흥은 남원처럼 정교한 기술 전승과 장인 양성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화각공예의 예술적 깊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전통 공예는 단순한 기술의 계승이 아니라, 사람과 시대, 그리고 문화적 맥락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할 가치입니다. 화각이라는 특별한 공예는 오랜 시간 동안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져 왔고, 이제는 그 정신과 기술이 지역 사회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남원과 장흥이 각각의 방식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지역 모두 대한민국 전통 공예문화의 든든한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