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의 위대한 유산, 그리고 지역별 보존의 길
금속활자는 인류 인쇄문화의 흐름을 바꾼 혁명적인 발명입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개발해 인쇄 문화를 꽃피운 나라로, 전 세계 학계로부터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유산은 오늘날 청주와 경주라는 두 도시에서 각각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술과 제도를 중심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청주는 <직지>로 대표되는 금속활자의 발상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금속활자본을 남긴 지역이며, 금속활자 주조와 인쇄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 경주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온 고대 인쇄문화와 금속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예술적이고 복원 중심적인 금속활자 보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두 지역은 모두 금속활자의 역사와 기술을 계승하고 있지만, 보존 방식, 행정 지원, 교육 및 체험 행사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청주와 경주의 금속활자 보존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 각각의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전통 기술을 유지하고 미래로 확장하려 하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금속활자라는 귀중한 유산이 지역별로 어떤 의미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다양성과 방향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청주 금속활자: 기록 중심의 보존과 콘텐츠화 기반의 교육형 전략
청주는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의 탄생지로, 금속활자의 원형을 남긴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청주시와 충청북도는 2001년부터 금속활자의 가치에 주목하여, 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보유자 제도를 중심으로 정통 주조 기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청주의 보존 전략은 크게 1) 기술 보존 중심의 기능 전승, 2) 문화콘텐츠화, 3) 대중 교육 활성화의 세 방향으로 나뉘며, 특히 <직지>의 역사적 상징성과 세계적 인지도에 기반한 문화 확산이 주요 특징입니다.
청주는 ‘직지문화특구’ 조성 사업, 청주고인쇄박물관 운영, 세계인쇄박람회 개최, 전통활자체험관 운영 등을 통해 금속활자를 단순히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닌,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실천형 유산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지체험학습, 활자주조 시연, 금속활자본 인쇄 실습 등은 체험형 교육 콘텐츠로 발전하면서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이루는 전략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청주는 디지털 자료 전산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직지 인쇄 공정의 영상화, 금속활자본 3D 복원 콘텐츠 제작, 기록유산의 온라인 전시 시스템 구축 등은 전통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보존 방식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화콘텐츠 중심의 확대 전략이 전통 기술 자체의 깊이 있는 전승보다 외연 확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청주는 기술 보존과 교육 콘텐츠화를 병행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으로 무형문화재 보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주 금속활자: 복원 중심의 기술 전통 계승과 박물관 기반의 보존 체계
경주는 금속활자라는 개념보다는 신라 시대부터 이어진 인쇄 문화와 금속공예의 맥락 안에서 전통 활자 주조 기술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경주는 금속활자를 독립 기술로 보기보다는, 전체 금속공예와 도서 문화의 일부로 통합하여 계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은 보존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주의 금속활자 관련 기술은 ‘전통주조 및 고문헌 복원 기술’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무형기술로 통합되어 있으며, 경상북도 무형 문화재 중심의 보존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주는 경주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경주문화재단 등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전통 금속공예 복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금속활자 자체보다는 고문헌 복원 및 문화재 복원 기술 안에서 주조 기술을 보존하고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석판 복원, 금속활자 주조 재현, 고서 복제 프로젝트 등이 있으며, 이는 고대문화유산의 재현과 역사 복원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보존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주의 방식은 일반 대중 참여보다는 전문 기술자 중심의 고급 전승 체계를 기반으로 하며, 기능보유자와 학계가 중심이 되어 세미나, 학술자료집, 기록 아카이브 구축 등 정밀한 기술 기록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주는 고분문화, 불교미술과 함께 인쇄문화도 복합적으로 전시하고 있어, 금속활자 자체보다는 그 활용과 역사적 의미에 중점을 두는 보존 방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술의 깊이를 유지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일반인과의 거리감이 크고, 체험이나 교육 콘텐츠 확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주는 유기적 보존 시스템과 역사 기반 복원 중심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보존 vs 확산, 두 도시의 상반된 전략이 전통을 함께 지켜갑니다
청주와 경주는 모두 금속활자의 전통을 계승하는 중요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두 도시의 보존 전략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청주는 기록문화의 상징성과 대중 친화형 교육 콘텐츠 중심으로 기술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경주는 고전 인쇄문화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보다 깊이 있는 기술 보존과 복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각의 문화적 배경, 지역 정체성, 행정 방향에 따라 나타난 결과이며, 어느 한 방식이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두 방식은 서로 보완될 수 있습니다. 청주는 경주처럼 기술 원형과 주조 방법에 대한 정밀한 자료 전산화와 전통성 유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경주는 청주처럼 시민 대상의 체험형 교육과 대중 확산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무형문화재의 생활 속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무형문화재는 단지 옛 기술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 공간을 연결하며 시대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청주와 경주는 서로 다른 보존 전략을 통해 금속활자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문화유산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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