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 조교 제도를 활용한 충북과 전남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전수 조교 제도는 전통의 깊이를 지키는 제도입니다

무형문화재의 생명력은 단순히 지정과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의해 지속해서 전승되고 실천되는 과정에서 유지됩니다. 이러한 전승의 핵심에는 ‘사람’이 존재하며, 특히 전수교육조교 제도는 기능 보유자와 예능 보유자를 보조하며 실질적인 교육과 전수의 중간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전수 조교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직접 기능이나 예능을 배운 후 일정 기간 이상 숙련된 자로서, 보유자 사후에도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후계자 양성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접점 확대, 교육 프로그램 운영, 체험 행사 기획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전통문화의 지속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 제도는 국가와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 모두에 적용되며, 지역마다 이를 운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충청북도와 전라남도는 전수 조교 제도를 기반으로 무형문화재 보존의 방향성과 전통문화의 대중화 전략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충북과 전남이 어떻게 전수 조교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실제 전통문화 보존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하겠습니다.

 

충청북도: 전수 조교의 기능 계승 역할에 초점을 맞춘 정통 계승 중심

 

충청북도는 중부 내륙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전통 예술과 기능의 내공이 깊은 지역으로, 국가무형문화재와 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특히 단청, 목공예, 전통 제례악 등 기술 기반의 무형문화재가 강세를 보이며, 이에 따라 전수 조교 역시 기능 보유자의 기술을 정밀하게 계승하는 역할에 중점을 둔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충청북도 문화재위원회는 전수 조교의 자격 심사를 매우 엄격히 시행하며, 실제 작품 제작 능력, 교육 가능성, 전통 이론에 대한 이해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제도적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충북의 전수 조교들은 주로 보유자와 함께 전수관 내에서 교육 보조, 시연, 워크숍 운영 등을 수행하며, 기능 전수의 실질적인 주체로 활동합니다. 이들은 기술적 숙련도는 물론, 일정 기간 이상 교육을 지속해 온 실적이 있어야 하며, 일부는 향후 보유자로 승계될 수 있는 예비 전승자로 양성됩니다. 특히 제례악, 탁본, 민속 연희 등은 전수조교가 주도적으로 강의와 체험 행사를 운영하면서 교육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충북의 전수 조교 제도는 기능 보존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 주민과의 유기적 소통이나 문화 향유 확대 측면에서는 다소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교육 과정이 전문인 중심으로 운영되며, 일반인의 접근성이나 체험 기회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전수 조교의 활동이 정통성 유지에는 효과적이지만, 지역 문화로서의 생활화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라남도: 공동체 참여 기반의 전수 조교 활용과 문화확산형 운영 전략

전라남도는 민속 문화와 생활 전통이 깊게 뿌리내린 지역으로, 무형문화재 역시 공동체 중심의 생활문화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남도민요, 농악, 굿, 전통 식문화 등은 지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전수 조교의 역할 또한 단순한 기능 전수자가 아니라 지역과 전통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라남도는 이러한 특성에 기반하여 전수 조교 제도를 지역 문화 활동과 결합한 보존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순천농악,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등은 전수 조교들이 지역 축제에서 직접 공연하거나 시민 체험을 지도하는 형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조교는 초·중등학교 연계 프로그램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남문화재단과 지자체는 전수 조교에게 일정 교육훈련비와 프로그램 기획 지원금을 제공하며, 무형문화재를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전환하는 역할을 부여합니다.

이처럼 전라남도의 전수 조교는 단순히 전통 기능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문화 실현과 문화 확산이라는 이중적 목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무형문화재가 특정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대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이해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통의 원형이 일부 유연하게 해석되거나 간소화되는 한계도 나타날 수 있지만, 무형문화재가 살아 숨 쉬는 자산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진화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전남의 이러한 전략은 전수 조교를 ‘문화 확산의 파트너’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기존 보존 중심 정책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 가능성을 실험하는 모범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깊이와 넓이의 조화를 위한 전수 조교 제도의 지역별 접목 필요

충청북도와 전라남도는 각각의 지역 특성과 전통문화의 성격에 따라 전수 조교 제도를 서로 다르게 운용하고 있으며, 이 차이는 곧 무형문화재가 지역 사회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충북은 전수 조교를 정통 기술 계승의 중추로 삼아, 무형문화재의 완성도와 원형성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전남은 조교를 지역문화의 실천자이자 전달자로 확장하여 무형문화재의 생활화,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보존 방식의 다양성과 확장성의 문제이며,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충북은 전수 조교의 역할을 지역 문화 활동으로 확장함으로써 더 넓은 참여 기반을 만들 수 있고, 전남은 전통의 예술성과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 기준 강화가 요구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전수 조교는 단지 기술 전수자가 아닌, 문화유산의 매개자, 다음 세대를 잇는 다리, 지역 사회와 전통을 연결하는 실천자로 인식되어야 하며, 그 제도적 활용 역시 단일한 틀에서 벗어나 지역 현실에 맞는 맞춤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