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농악 전승 사례를 통해 본 평택농악 vs 강릉농악의 보존 방식 비교

myojeomi11 2025. 7. 4. 11:40

농악은 흙과 땀, 공동체가 어우러진 살아 있는 문화입니다

농악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 농촌 공동체에서 노동의 리듬, 마을의 질서, 그리고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문화 요소로 기능해 왔습니다. 징, 꽹과리, 장구, 북이 어우러지는 리듬 속에서 집단의 협동심과 마을의 축제성이 살아 숨 쉬는 농악은 단순한 민속 예술을 넘어 생활의 일부였으며, 지금도 무형문화재로서 높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평택농악과 강릉농악은 각각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대표적인 농악으로, 문화재청에 의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평택농악은 경기도 남부의 농촌 공동체에서 형성된 농악이며, 강릉농악은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마을 단위 농경 문화와 의례적 행사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온 형태입니다.

이 두 농악은 악기 구성이나 연주 방식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보존과 전승을 위한 제도적 접근, 지역 사회와의 관계 설정, 교육 및 대중화 전략 등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습니다. 본문에서는 평택농악과 강릉농악이 어떤 방식으로 보존되고 있으며, 그 전승 전략이 어떠한 성과와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하겠습니다.

 

평택농악과 강릉농악의 보존 방식 비교

 

평택농악: 기능 중심 전문화와 교육 연계형 전승 구조

 

평택농악은 경기도 평택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농악으로,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로 지정되었으며, 풍물의 기교성과 악기의 정교한 조합, 집단 군무의 절도 있는 구성으로 유명합니다.
평택농악의 보존은 주로 보유자와 보존회 중심의 전문 기능 전수 체계를 통해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지역 내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전문 예능 교육과 대중문화 확산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평택시는 농악보존회를 중심으로 평택농악전수교육관을 설립하고, 초·중·고교 대상 정기적인 풍물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농악단 운영, 일반 시민을 위한 주말 체험 학습 등 다양한 교육형 콘텐츠를 개발해 왔습니다. 이 전수교육관은 단순한 훈련 장소를 넘어서, 지역민과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며 농악을 ‘현대적 민속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택농악은 서울 및 수도권 국악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농악 공연을 현대무용이나 연극과 결합한 무대화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통문화의 예술적 콘텐츠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평택농악 보존의 핵심은 기능 보존과 체계적 교육입니다. 전수 조교와 이수자는 엄격한 기준 아래에서 선발되며, 기술 습득과 공연 실연 이력이 평가 요소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전문화 전략은 농악의 전통성을 정확히 유지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반면 대중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즉, 전문화와 교육화를 통한 고급화 전략은 생활 문화로의 확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강릉농악: 공동체 중심의 의례적 실천과 생활 밀착형 전승 모델

 

강릉농악은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마을 단위로 전승되어 온 농악이며,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강릉단오제, 고사 의례, 마을 굿 등의 행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농악이 단지 공연이 아니라 실생활과 신앙의 일부로 작용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강릉농악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특정 기능보유자가 아닌 공동체 전체가 보존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도 강릉단오제 동안 각 마을에서 자발적으로 농악대를 조직해 축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강릉시는 강릉단오제위원회와 함께 농악의 실연과 보존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단오제 행사 속 농악 실연을 통해 마을 주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농악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또한 지역 학교와 마을회관에서는 농악 배우기 교실, 어르신 풍물 교실, 가족 단위 농악 워크숍 등 일상 속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농악이 단절되지 않도록 세대 간 전승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강릉농악의 보존 방식은 공동체 중심, 참여 중심, 실천 중심의 삼중 구조를 통해 무형문화재를 ‘사람들 속의 문화’로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이는 대중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는 매우 유리하지만, 정확한 기능 보존이나 예술적 완성도 유지에는 일정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마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전문 예능 단체와의 연계가 부족하고, 공연 콘텐츠화 측면에서는 평택농악에 비해 다소 약한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화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실천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교육 중심 vs 공동체 실천 중심, 두 방식의 상보적 가능성

 

평택농악과 강릉농악은 모두 농악이라는 큰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보존 방식과 전승 구조, 지역사회와의 관계 설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평택농악은 기능 중심의 교육과 체계화된 전수 구조를 통해 정확성과 예술성, 기술 완성도를 강조하는 보존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강릉농악은 지역 공동체와 일상생활 속에서 농악을 실천하며, 문화의 생명력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보존 방식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 보완적 구조로 발전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평택농악은 공동체와의 연계를 확대함으로써 생활문화로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으며, 강릉농악은 전문화된 전승 구조와 공연 콘텐츠 개발을 통해 농악의 예술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농악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마을과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언어입니다. 따라서 전승 전략 역시 전문성과 공동체성, 공연성과 실천성 사이의 균형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