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전승 중심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전주와 제주의 접근법
전통문화의 미래는 다음 세대와 연결되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무형문화재는 단지 오래된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실천되고 계승되어야 하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특히 무형문화재의 지속 가능성은 보유자 개인의 기능에만 의존해서는 유지될 수 없으며, 다음 세대가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전승 체계와 문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무형문화재의 세대 간 전승을 위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전라북도 전주시와 제주특별자치도는 고유의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전승 중심 정책을 설계해 왔습니다.
전주는 전통예술의 중심지로서 국악, 공예, 한지 등 다양한 분야의 무형문화재 전승 교육을 제도화하고, 청소년 대상 전수교육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주는 제주어, 해녀 문화, 민속놀이 등 지역 공동체 기반의 전통문화를 가족 단위와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이어가는 모델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전주와 제주의 세대 간 전승 중심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차이를 분석하고, 그 전략적 의의와 효과를 함께 고찰하겠습니다.
제도화된 전승 교육 시스템과 전통예술 인재 육성 전략
전주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중심 도시로,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보존에 있어 제도적 기반이 잘 갖춰진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주한옥마을, 국립무형유산원, 한국전통문화전당 등 다양한 문화 환경을 기반으로, 전주는 무형문화재를 단지 ‘유산’으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재 양성’이라는 전략 아래에서 전승 시스템을 교육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주시는 청소년 국악 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통문화 고등학교’와 ‘국립 전통예술중학교’와 같은 전문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무형문화재 전수자와 연계한 실기 수업, 전통 공연 참여 기회, 기능 전수 과정 등을 커리큘럼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예비 보유자 군이 체계적으로 양성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고, 해당 졸업생들은 국립국악원, 지역 공연단체, 문화재 보존기관 등으로 진출하며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전주는 일반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1일 무형문화재 체험’, ‘주말 기능 교육’, ‘가족 단위 전통 놀이 수업’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전통문화 교육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이수자가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방식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중의 흥미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교육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일부 전통 기능의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기반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공동체 기반의 실천형 전승과 생활문화 속 보존 방식
제주특별자치도는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문화생태계를 가진 지역으로, 무형문화재 역시 자연환경·공동체 생활·신앙·언어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화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해녀 문화’, ‘제주어’, ‘제주민속놀이’, ‘영등굿’ 등 세계적 가치가 있는 무형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세대 간 공동체 실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계승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인 해녀 문화의 경우, 제주도는 무형문화재 보유 해녀를 중심으로 ‘해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닌 생활철학과 공동체 윤리를 함께 교육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고등학생부터 청년,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으며, 해녀들의 삶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주어 보존을 위해 제주도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제주어 수업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동화, 놀이,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 세대에게 전통 언어와 생활문화를 전승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접근 방식은 교육보다 실천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전통문화를 특정 계층이 아닌 마을 공동체 전체가 함께 나누는 생활 유산으로 유지하려는 시도가 중심입니다. 이는 강한 공동체 의식과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대도시처럼 제도화된 교육 시스템은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전통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문화 전승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교육 중심과 실천 중심, 두 방식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전주와 제주는 세대 간 전승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지만, 전통문화와 교육의 관계, 지역 사회의 특성, 문화정책의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보존 전략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전주는 제도화된 교육 시스템과 문화 환경을 통해 전통문화의 전문화, 콘텐츠화, 대중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고급 기능 전승과 예술 인재 양성에 효과적인 모델입니다. 반면 제주는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생활 속에서 전통을 실천하며, 전통의 철학과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전주는 제주처럼 공동체 기반의 자발적 참여 모델을 보완해 전통의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 있고, 제주는 전주처럼 청소년을 위한 체계적인 전수 프로그램과 예술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전통문화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전통문화의 전승은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재설계되는 과정입니다. 전주와 제주의 사례는 그 방향성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이며, 향후 지역 문화정책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