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도자기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이천과 부안의 정책적 차이

myojeomi11 2025. 7. 4. 11:27

도자기는 흙과 불, 사람의 손끝이 만들어낸 무형의 예술입니다

한국의 도자 문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생활용품이자 예술품으로서 발전해 온 대표적인 무형 문화유산입니다. 특히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각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기술과 미의식, 지역의 정체성이 응축된 문화 자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도자 문화를 계승하는 과정은 도자기 기술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전승자와 기능보유자를 중심으로 하는 보존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이천과 전라북도 부안은 도자기 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각각의 지자체는 무형문화재 보호를 위해 고유한 정책과 행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천은 전통 백자의 맥을 잇는 장인과 현대 도예가가 공존하는 도시로, 전통 기능 전수와 도자산업 기반의 융합 전략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부안은 고려청자의 복원과 기술 전승에 초점을 맞춘 원형 보존 중심의 문화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천과 부안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정책적 차이를 중심으로, 도자기 문화의 지속가능성과 지역 정체성 구현 측면에서 각각의 전략이 갖는 함의를 비교 분석하겠습니다.

 

이천과 부안의 도자기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정책적 차이

 

이천: 전통과 현대 도예 산업의 융합형 보존 전략

 

경기도 이천시는 국내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 중 하나로, 백자의 전통을 계승하는 기능보유자들과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가진 도예 작가들이 함께 활동하는 복합 문화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천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05호인 ‘백자장’을 중심으로 전통 기술의 계승과 산업적 확장을 병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세라피아, 세계도자센터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사업과 전승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천의 도자기 보존 정책은 무엇보다 생활문화와 산업화의 접점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천세라피아는 공공 전시, 장인작업장, 관저 프로그램을 통합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기능보유자 및 이수자에게 창작 및 전수의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과 관광객에게 도자 체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실생활 속 문화유산 보급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천시는 도자기 관련 학교 및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청소년 및 청년 도예가 양성에도 적극적이며, 기능 전승만이 아니라 창작과 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중심 정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융합형 모델은 때때로 기능의 원형성 보존보다 문화 산업적 효과에 무게가 실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즉, 도자기 기술이 ‘예술’이나 ‘상품’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기능보유자의 정통 기술과 고유 방식이 부차적인 요소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천의 정책은 문화유산을 현재화하며 전통 기능의 생태적 생존을 모색하는 실천적 모델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안: 고려청자 원형 복원을 중심으로 한 정통 계승형 보존 방식

 

전라북도 부안군은 고려청자의 고장으로서, 특히 부안 청자 요지(요장)와 유천리 가마터 등 청자 유적지가 다수 발굴된 지역입니다. 이곳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사기장’ 보유자 중심으로 고려청자 기술의 원형 복원과 정통 재현을 목표로 한 보존 정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부안군은 기술 전승의 순수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실용성보다는 문화사적 가치 보존에 초점을 맞춘 전승 정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청자박물관’과 ‘부안청자축제’입니다. 청자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서, 고려청자의 발굴·복원·제작 과정을 실물 자료와 함께 소개하며, 전통 기술을 이해하는 교육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기능보유자 및 전수자에게 실연 무대를 제공하고, 지역 학교와 연계한 도자기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 방식에 의한 청자 굽기’ 행사와 같이 원형 재현의 의미를 강조하는 체험 행사가 주기적으로 개최됩니다.

부안군의 보존 방식은 기능의 순도와 원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강점이 있으나, 시장 확대나 도자기 산업화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또한 지역 청년층의 유입과 지속적 전승자의 확보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부 전통 기능이 특정 장인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전승의 다양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안은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본래 목적에 가장 충실한 도자기 무형문화재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론: 융합형 산업화와 정통형 복원 전략의 상보적 발전 가능성

 

이천과 부안은 모두 한국 전통 도자기의 중심지이며, 각각 산업화와 원형 보존이라는 서로 다른 정책 전략을 바탕으로 무형문화재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천은 전통 백자 기술을 창작, 교육, 관광, 시장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보존하고 있으며, 부안은 고려청자의 원형성과 역사적 가치를 복원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은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기능을 둘러싼 문화 생태계와 행정 구조, 시민 교육 방식 전반에서 서로 다른 철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무형문화재의 보존은 단일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기능의 정통성과 생활문화로서의 확장 가능성 모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이천은 부안의 방식처럼 기능의 원형성에 대한 고민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부안은 이천처럼 콘텐츠화와 대중화 전략을 보완함으로써 전승 인력의 다양성 확보와 문화 향유 계층의 확대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도자기 무형문화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통 계승형과 융합형 보존 전략이 지역 특성에 맞게 유기적으로 설계되고 상호 보완되어야 합니다. 전통은 지키는 것만 아니라 새롭게 이어가야 할 문화라는 점에서, 이천과 부안의 정책적 차이는 앞으로의 전통문화 보존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소중한 비교 사례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