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전통 복식 재현 중심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수도권과 지역 단체 사례

myojeomi11 2025. 7. 8. 08:11

전통 복식은 과거의 옷이 아니라 문화의 형상입니다

전통 복식은 단지 옷의 형태나 소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계층 구조, 생활환경, 미의식, 신분제도와 깊게 연결된 역사적 상징물입니다. 한국의 전통 복식은 시대별로 다양한 형식을 보이며,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이념과 신분 질서에 따라 관복, 예복, 평상복, 상복 등 체계적인 복식 규범이 정립되었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복식은 단순한 유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무형문화재로서 복원·재현·교육·전시 등의 방식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특히 복식장(服飾匠)과 같은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은 과거 전통을 실증하고 재현함으로써 문화유산의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통 복식 재현 중심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수도권과 지역 단체 사례

 

최근에는 전통 복식의 복원과 실연이 단지 학문적 차원을 넘어서, 현대 디자인, 관광 산업, 공연예술과도 결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복식 재현은 중앙정부와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기관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한편, 지역 단체와 지방 전통문화회관 등에서도 특색 있는 복식 재현과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도권과 지역 단체에서 진행되는 전통 복식 재현 중심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사례를 비교하여, 문화유산의 현대적 계승 전략과 정책적 방향을 고찰하고자 합니다.

 

수도권: 문화재청 기반 전문 복식 복원과 디지털 자료보관 중심 보존

수도권에서는 문화재청과 국립무형유산원이 중심이 되어 전통 복식 재현과 복원 사업을 전문 기술 기반과 디지털 자료 보관 중심의 체계적 보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6호로 지정된 복식장은 수도권에서 가장 대표적인 복원 기능 종목이며, 복식장 기능보유자들은 조선 후기 왕실 예복, 민간 혼례복, 관복 등의 제작 기술을 정통 방식에 따라 계승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은 이들 복식 재현을 전시와 연계하여 학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시와 고해상도 복식 3D 콘텐츠 제작, 전통 바느질 방식의 체계적 기록화 등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재청은 2020년대 들어 ‘무형유산 디지털 기록화 사업’을 강화하여 복식장의 세부 기술, 사용 도구, 직물의 성질 등을 촬영하고, 보존 처리 기준과 매뉴얼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또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등과 협력하여 전문 예술인 및 디자이너 대상 복식 재현 교육과정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통 복식이 현대 패션과 접목되는 프로젝트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만 수도권 중심의 접근은 지방 고유 복식이나 생활문화형 복식의 다양성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며, 생활 밀착형 전통 복식의 구술 전승이나 지역별 복식문화의 현실적 재현에는 제약이 있는 구조입니다.

 

지역 단체: 생활문화 중심 복식 재현과 공동체 전승 모델의 실천

 

수도권이 국가 지정 기능 종목과 박물관 전시를 중심으로 복식 보존을 실현한다면, 지역 단체는 생활문화 중심, 지역 공동체 중심의 전통 복식 재현 활동을 실천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 남원의 ‘한복 문화연구회’, 경상남도 진주의 ‘남강 전통복식연구소’, 강원도 강릉의 ‘관동복식전승회’ 등은 해당 지역의 생활 복식, 혼례복, 제례복 등을 복원하고 실제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이들 단체는 지역 노인, 여성 공동체, 전수자 후보자 등과 함께 전통 복식 제작 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지역 문화축제에서 해당 복식을 착용하고 퍼레이드, 연극, 마당극 등을 통해 전통 복식의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승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원은 ‘춘향제’ 기간에 춘향과 이도령의 전통 복식을 매년 다르게 재현해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으며, 경북 안동은 ‘유교 전통 예복 체험’ 행사를 통해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전통 복식의 의미와 구조를 실제 착용을 통해 이해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단체의 강점은 실제 사람의 몸에 입히는 전통 복식의 맥락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의상 복원이 아니라 복식이 사용되었던 의례, 행사, 생활의 문맥까지 함께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형문화재로서의 복식 전승 방식에 적합한 구조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술의 정밀도, 직물 재현의 정확성, 학문적 기록화는 수도권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고, 예산과 전문 인력의 확보도 일정 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중앙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됩니다.

 

전문성 중심과 실천 중심 보존 방식의 상호 보완 필요성

 

전통 복식의 무형문화재 보존은 기술의 전수와 함께, 그 복식이 존재했던 사회·문화적 맥락을 함께 보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도권은 문화재청과 국립기관을 기반으로 전문성, 기술적 정확성, 자료화의 체계성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복식 보존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복식장의 국가무형문화재 기능이 국제적인 문화유산으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역 단체는 복식을 입는 사람과 지역 공동체의 삶을 중심에 두고, 실제 사용되는 현장 속에서 복식을 실천하며 전승해 나가는 접근을 통해 무형문화재로서 복식의 생활 문화적 의미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 두 보존 방식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전통 복식 문화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지역 단체가 재현한 복식을 수도권 기관이 기록화하고 정리하는 구조를 만들거나, 중앙정부가 지역의 독자적 복식문화에 대한 연구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정통성과 실천성, 중앙과 지역 간 균형 있는 문화 보존 전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전통 복식은 단지 과거의 옷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입고 이야기되어야 할 문화적 몸짓입니다. 수도권과 지역 단체의 다양한 보존 사례는 이러한 전통을 현재형 문화로 되살리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