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디지털 아카이빙을 통한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서울과 지방 지자체 사례

myojeomi11 2025. 7. 10. 14:20

디지털은 무형의 전통을 미래로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무형문화재는 특정 사물이나 문서로 고정되지 않고, 사람의 몸짓, 목소리, 감각을 통해 전승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전통이 사라질 위험성을 높이며, 후계자 부재나 기술 단절 같은 현실적인 위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문화계와 학계에서는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을 통한 무형문화재 보존 전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빙이란 무형문화재의 구술, 연행, 제작 과정을 영상·음성·문서·3D 모델링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하고 저장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에 접근하고 전승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디지털 보존 방식은 수도권 중심의 국립기관만 아니라, 지방 지자체와 지역 문화 기관에서도 점차 도입되고 있으며,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국립무형유산원과 서울시 산하 문화재 전담 부서가 협력하여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표준 디지털 보존 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지방 지자체는 지역 전승자와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실천 기반의 영상 중심 아카이빙을 중심으로 보다 유연하고 참여적인 보존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과 지방 지자체가 각각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아카이빙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있으며, 그 방식이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효과성과 한계를 함께 고찰해 보겠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빙을 통한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서울과 지방 지자체 사례

 

서울: 표준화된 디지털 아카이빙 체계와 확장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서울시는 무형문화재의 디지털 보존에 있어 가장 체계적이고 정제된 인프라를 구축한 선도 지역으로 꼽힙니다. 특히 서울시 문화재과는 ‘서울무형문화유산 디지털 기록화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연행 장면, 제작 과정, 구술 기록을 고해상도 영상과 디지털 문서 형태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물은 서울시 문화재 포털을 통해 일부 공개되며, 교육용 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은 국립무형유산원과 협업하여 ‘무형유산 통합관리시스템(KHSS: Korean Heritage Smart System)’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보유자 정보, 전수자 현황, 전수 교육 기록, 사진과 영상 파일을 통합적으로 저장·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향후 타 지자체로의 확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서울에서 제작된 표준 기록 콘텐츠가 전국 무형문화재 정책의 모범 모델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외에도 AR·VR 콘텐츠 제작, 온라인 전통 예능 전시관 구축, 청소년 대상 디지털 체험 콘텐츠 개발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전통을 단지 기록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접근성과 교육 효과까지 고려한 확장형 보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시스템은 예산과 인프라가 집중된 특수한 환경에 기반하고 있어, 지방 지자체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실제 보유자의 실천성과 감정적 교류가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지방 지자체: 지역성 기반의 참여형 디지털 아카이빙 전략

서울과 달리, 지방 지자체들은 현장 중심의 실천적 디지털 아카이빙 방식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진도군은 중요무형문화재인 ‘진도씻김굿’, ‘강강술래’, ‘진도아리랑’ 등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보유자의 연행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구술 자료를 자막으로 삽입한 스토리텔링형 디지털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지 보유자의 기능만을 담지 않고, 전통이 살아 있는 공동체의 일상과 감정까지 함께 기록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지역 교육기관이나 문화센터에서의 활용률도 매우 높습니다.

또한 경상북도 안동시는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안동차전놀이’를 대상으로 드론 촬영, 인터뷰, 음악 분리 수록, 디지털 아트 변환 등의 융합형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온라인 박물관이나 지역 축제와 연계해 관광객에게 체험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동시는 이 과정에 지역 대학과 청년 영상작가들을 참여시켜, 디지털 아카이빙을 단순 기록이 아닌 지역 문화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방 지자체의 장점은 보유자와 마을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업형 구조로 인해, 전통문화의 생활 속 맥락을 더욱 생생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반면에 기록 표준화나 장기적 저장 인프라 구축, 후속 활용 시스템의 부재 등에서 수도권에 비해 기술적 취약성이 존재합니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의 품질 유지, 메타데이터 구성, 접근성 개선 등의 세부 기술이 아직 제도화되지 않아, 지역 간 편차가 크고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기술 기반과 지역 실천이 만나야 진정한 디지털 보존이 완성됩니다

서울과 지방 지자체의 디지털 아카이빙 방식은 각각 기술 중심의 표준화 모델현장 중심의 실천형 모델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는 단지 행정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무형문화재 보존에 대한 철학과 목적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서울은 국가기관과 협력해 정보의 정확성, 체계성, 확장성에 중점을 둔 중앙집중형 보존 방식을 선도하고 있고, 지방 지자체는 공동체 감성과 전통의 생활성에 중점을 둔 감성형 보존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각자 강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상호 보완이 가능할 때 보다 효과적인 무형문화재 보존 체계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서울의 기록 기술과 인프라를 지역에서 활용하고, 지방의 실천 경험과 감성을 서울의 콘텐츠 개발에 접목한다면, 단지 문화유산을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기술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통 보존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무형문화재는 전통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전통을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인간의 행위와 의지입니다. 디지털 아카이빙은 그 행위를 시간과 공간의 벽 너머로 확장하는 수단이며,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존 전략 중 하나입니다. 서울과 지방이 각자의 장점을 인정하고 협력한다면, 한국의 무형문화재는 미래 세대에도 충분히 살아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