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휘모리장단과 충북 풍물 장단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비교

장단은 지역의 감성과 리듬을 반영하는 문화적 언어입니다

한국 전통 음악에서 장단은 단순한 박자 단위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기후, 지형, 민속,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는 문화적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풍물놀이에서의 장단은 음악을 넘어서 노동, 의례, 놀이, 퍼포먼스가 결합한 복합적 소통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각 지역의 풍물 장단은 고유한 음악 구조와 구성 방식을 가지며, 이를 통해 그 지역 사람들의 정서와 리듬감, 공동체적 삶의 양상이 드러납니다.

이 가운데 경기 휘모리장단과 충북 풍물 장단은 음악적 성격과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모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사례입니다. 경기 휘모리장단은 빠르고 화려한 타격 중심의 리듬을 특징으로 하며, 남사당놀이와 웃다리풍물 등을 통해 예술 공연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진 전통입니다. 반면 충북 풍물 장단은 중모리 장단에서 시작해 중중모리, 굿거리, 휘모리장단으로 전개되며, 농경 사회 기반의 공동체 놀이 형식과 민속제의 중심의 보존 구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기 휘모리장단과 충북 풍물 장단의 음악적 특성과 함께 무형문화재로서 보존되는 방식의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고, 각 지역의 문화 정책과 전승 전략이 어떻게 장단 보존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고찰하겠습니다.

경기 휘모리장단: 예술화 중심의 공연형 보존과 체계화된 전수 시스템

경기 휘모리장단은 특히 안성, 수원, 의정부, 부천 등지를 중심으로 발전한 웃다리풍물과 남사당놀이의 리듬 구조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속도감과 연출력은 다른 지역 장단과 비교해 독보적인 예술성을 보여줍니다. 이 장단은 대개 느린 진풀이에서 시작해 점차 빠른 휘모리로 전개되며, 연행자 간의 호흡, 각 악기의 분산과 집중이 극적으로 구현됩니다.
경기 휘모리장단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와 제11-1호 웃다리농악을 통해 국가 지정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으며, 문화재청과 경기도 각 지자체의 집중적인 예산 지원과 교육 기반 위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안성 남사당 전수관, 의정부 웃다리농악 보존회 등은 전문 강사진을 통해 휘모리장단 전수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능보유자만 아니라 청소년, 일반 시민도 정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경기문화재단과 도내 문화원들은 풍물의 디지털 아카이빙,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 전국 대회 주최 등 다양한 콘텐츠화 사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휘모리장단을 전통 연희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예술화 중심 보존 방식은 장단의 정밀도, 공연 예술성, 청중 호응도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이루어냈으나, 한편으로는 민속 제의나 공동체 놀이로서 휘모리장단의 맥락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장단은 살아 있으나 그 장단이 원래 연주되던 공간과 공동체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예술성과 실천성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충북 풍물 장단: 공동체 의례 중심 보존과 생활 속 실천 전승 모델

충청북도는 경기도와 달리 예술 공연화보다는 공동체 의례 속 실천형 풍물 장단 보존 구조가 여전히 중심입니다. 제천, 영동, 청주, 괴산 등지에서는 마을 단위의 두레풍장, 당산제, 산신제, 초분굿 등과 함께 풍물이 살아 있으며, 이 속에서 연주되는 장단은 예술적 정형보다는 공감과 공동체 리듬에 기반을 둔 자연스러운 구성이 특징입니다. 충북 풍물 장단은 일반적으로 굿거리에서 시작해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이어지며, 완급 조절보다는 소박한 리듬과 반복성을 강조합니다.

충북 지역의 풍물 장단은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례가 많으며, 보존 방식 또한 보유자 중심이 아니라 보존회와 마을 공동체 중심의 자발적 전승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주시 문화원에서는 노인회, 청년회, 학부모 단체 등을 통해 전통 풍물 교실을 운영하며, 해당 장단은 축제, 장례, 고사 등 다양한 민속 의례에서 자연스럽게 실현됩니다.
또한 제천 단양 지역은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하여 생활 풍물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의 지역 정체성과 문화 감수성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충북의 이러한 보존 방식은 기능 전수보다는 문화맥락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풍물 장단을 공동체의 감각으로 보존하려는 접근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적 정교함 확보나 공연 콘텐츠로의 발전 가능성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즉, 생활 전통으로서의 장단은 남아 있으나, 이를 체계화하고 다음 세대에 전문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약한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화와 실천성의 균형이 장단 보존의 핵심

경기 휘모리장단과 충북 풍물 장단은 각기 다른 문화 환경과 정책적 기반 속에서 무형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으며, 그 보존 방식은 각각의 장단이 지닌 본질적 특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기도는 예술화와 체계화를 통해 전통 장단을 공연예술로 승화시키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충청북도는 생활 속 민속 문화로 장단을 유지함으로써 공동체와 감정 중심의 전승 구조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무형문화재 보존이 가져야 할 이중 구조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경기 휘모리장단은 더 많은 지역 공동체와의 실천적 연결을 통해 리듬의 원래 맥락을 회복할 필요가 있으며, 충북 풍물 장단은 보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아카이빙 전략을 통해 문화적 자산으로의 확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장단은 단지 소리의 반복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고 기억하는 문화적 시간의 구조입니다.
따라서 무형문화재로서의 풍물 장단은 앞으로도 공연과 실천, 기능과 감정, 예술과 공동체가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보존되어야 하며, 이는 각 지역이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협력할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