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바다와 강이 남긴 유산, 통영과 강화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이 다른 이유

myojeomi11 2025. 7. 18. 16:30

바다와 강이 만든 배, 그 배를 지키는 방식도 다릅니다

전통 배 제작 기술은 단순히 나무를 깎아 배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한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생활방식, 생계 수단, 문화적 감수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종합적인 전통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다를 중심으로 발달한 통영의 목선 제작 기술과 내수로 및 해협에서 활용된 강화도의 전통 나룻배 제작 기술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고유한 배 형태와 공정, 기능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전통 배 제작 기술은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와 지자체의 보존 관리 아래 전승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보존 전략과 문화적 활용 방식에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통영은 대한민국 대표 조선(造船) 기술의 뿌리로 불릴 만큼 정교한 목선 기술과 해양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해 왔으며, 강화도는 생활 밀착형 교통수단으로써의 나룻배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수로 기반 생태를 보전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통영과 강화도의 전통 배 제작 기술이 어떻게 다르게 보존되고 있으며, 무형문화재로서 각각 어떤 전략과 체계를 가지고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전통이 현대와 조화를 이루며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바다와 강이 남긴 유산, 통영과 강화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이 다른 이유

 

통영 전통 목선: 국가 지정 보유자 중심의 정교한 기술 전승 체계

통영은 오래전부터 남해안의 해양 교역과 어업의 중심지로서, 전통 목선 제작 기술이 고도화되어 발달한 대표적인 해양 도시입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위치한 해군기지 역할을 하며, 국가 주도의 군선(軍船) 및 어선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통영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써의 선박이 아닌, 전문 기능을 갖춘 목선 제작 기술이 발전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통영의 전통 목선 기술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08호 ‘통영 목선장’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기능보유자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전승 구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기술은 목선 설계, 나무 가공, 접합 방식, 방수 처리, 항해 안전성 확보 등 세분화되어 있으며, 장인의 숙련된 손기술을 기반으로 수작업 중심으로 제작이 이루어집니다.

보존 방식은 보유자–전수조교–이수자 체계를 중심으로 정기 교육과 기능경연대회, 국가기록원 자료 전산화 등 공식화된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통영 전통공예관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통영시 문화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 목선 복원 프로젝트, 해양체험 행사, 배 제작 시연 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 참여와 관심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전통 기술의 정통성과 기능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후계자 양성과 기술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모범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고도의 기술성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 특성상, 대중과의 접점 확대에는 다소 제약이 있다는 점이 보완 과제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강화 전통 나룻배: 생활문화 중심의 지역 밀착형 보존 전략

강화도의 전통 나룻배는 남해안의 대형 목선과는 다른 맥락을 지닙니다. 이곳의 나룻배는 주로 강화도와 김포, 인천 간의 좁은 해협과 수로를 오가던 소형 배로, 사람과 가축, 농산물을 실어 나르던 실용 중심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이러한 배는 빠른 제작과 수리가 가능해야 했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와 기능성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강화도의 전통 나룻배 제작 기술은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3호 ‘전통 나룻배 제작장’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기능보유자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수공예 전승 체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보존 전략은 전통 기술을 박물관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움직이는 무형문화재’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화평화전망대 인근과 강화 해양 문화 체험마을에서는 전통 나룻배 타기 체험, 제작 시연, 학생 대상의 전통 배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 등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하여 전통 기술의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고급화된 기술 보존보다는 실용성과 체험 중심의 확산 전략을 통해 전통을 살리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술의 정밀도나 원형 보존 측면에서는 다소 느슨한 구조를 가질 수 있으며, 장인 수급이나 후계자 양성의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강화는 전통 나룻배를 지역사회와 관광, 교육 자원으로 융합시키며, 문화적 실천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살아 있는 전통으로 계승하는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인 중심 vs 공동체 중심, 두 도시의 보존 방식이 전통을 이어갑니다

통영의 전통 목선과 강화도의 전통 나룻배는 모두 우리나라 전통 선박 문화의 일부이지만, 각각의 지역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에 따라 서로 다른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통영은 정교한 목선 제작 기술을 국가 중심의 정통 기술 보존 체계로 계승하고 있고, 강화는 생활 속 문화자산으로서의 나룻배를 지역 밀착형 실천 모델로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각각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통영은 기술적 깊이와 정통성 측면에서 탁월한 품질의 전승 모델을 보여주지만, 일반 대중과의 접점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강화는 체험과 생활문화 중심의 접근을 통해 무형문화재의 친근함과 지역사회 참여를 끌어내는 데는 강점을 가지지만, 기술의 정밀 보존 측면에서는 다소 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두 지역의 보존 전략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연계가 필요합니다. 통영은 강화처럼 대중 체험 콘텐츠를 확대하고, 강화는 통영처럼 기능 보존과 기술 기록화를 강화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무형문화재 보존 체계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은 단순히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 가치를 유지해야 비로소 진짜 유산이 됩니다. 통영과 강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전통을 지켜가고 있으며, 그 다양성 자체가 우리 전통문화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