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험 vs 디지털 수업? 지역별 초등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모든 것
초등학교 교육에서 시작되는 무형문화재의 미래
무형문화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 예술, 의식, 전통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문화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특히 이를 어린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승하는 일은 무형문화재의 지속 가능한 보존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지역 장인이나 문화행사에 의존하던 전승 방식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이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입되면서 보다 구조화된 보존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라남도와 경기도는 교육 방식과 접근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남은 지역 밀착형 전통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한 실습 중심의 보존 방식을 추구하고 있고, 경기도는 기관 연계형 체계화된 프로그램과 디지털 자료 활용 중심의 전승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무형문화재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도 지역적 특성과 행정 시스템, 교육 철학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남과 경기 지역 초등학교의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보존 방식 측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네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무형문화재 교육의 현재를 살펴보고, 향후 더 나은 보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라남도의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 지역 밀착형 실습 중심 보존 방식
전라남도는 전통문화가 일상에 가까운 생활 문화로 남아 있는 지역으로, 초등학교에서도 전통 농악, 남도민요, 강강술래, 전통 염색, 지승공예 등 지역색이 강한 무형문화재 중심의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각 시군 교육청은 지역에 거주하는 기능 보유자 및 전수자와 학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체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이 직접 장인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일정 시간을 할애해 해남 강강술래 이수자와 함께 춤을 배우고 구음(입말)을 익히는 수업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성하고 있으며, 여수나 순천에서는 남도 들노래와 농악을 실제 마을 어르신과 함께 배우는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험은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서 학생들의 정서 함양과 지역 공동체 의식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전남의 초등학교들은 전통문화예술 활동을 학교 축제와 연계하여 발표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만드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형문화재가 특정 세대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지역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남의 이러한 방식은 지역 인구 감소, 기능 보유자의 고령화, 교육 예산의 한계로 인해 꾸준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보존 방식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의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 기관 중심의 시스템화된 보존 방식
경기도는 인구 밀집 지역이자 교육 기반 인프라가 탄탄한 지역으로, 초등학교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 또한 공공기관과의 협력 속에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문화재단, 경기전통문화센터, 국립무형유산원 경기 분소 등과 협력하여 무형문화재를 교육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으며, 각 학교는 이 콘텐츠를 일정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디지털 기반 교육자료 활용이 뛰어나며, 온라인 강의나 증강현실(AR) 기반의 전통 공예 체험 키트 등을 활용해 현대 기술과 전통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원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수원 화성 건축 과정과 관련된 대목장 기술을 학습한 후, 종이 모형으로 건축해 보는 실습수업을 운영한 바 있으며, 고양시에서는 AI 연동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민요의 구성과 음률을 분석하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든 앱을 활용한 수업도 실시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경기도는 전문가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전통문화 체험 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지역적 이점을 바탕으로 교육의 질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청 차원의 전통문화 교재 개발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교사들의 무형문화재 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지도 역량이 꾸준히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조화된 시스템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체험이 정형화되고 효율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육 속에서, 학생들이 전통문화의 감성을 진정성 있게 체험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지역 맞춤형 보존 방식의 공존이 바람직합니다
전남과 경기도의 초등학교 무형문화재 체험 교육은 각각의 장점을 지닌 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모두 무형문화재 보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전남은 현장 중심의 체험형 교육을 통해 전통의 감성과 지역 공동체 정신을 전달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경기도는 체계적 시스템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교육 방식으로 무형문화재 전승을 현대화하고 확산하는 데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의 사례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전남은 경기도의 디지털 인프라 및 예산 운영 전략을 일부 벤치마킹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한 체험 교육을 구축할 수 있고, 경기도는 전남의 감성 중심 접근법을 참고해 교육의 진정성과 정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무형문화재 보존 교육은 단순히 전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공감하며, 그 안에서 전통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각 지역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보존 전략이 유연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무형문화재는 다음 세대에게 살아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