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광주와 서울 박람회 현장에서 읽다
무형문화재 박람회, 단순 전시를 넘어 보존 전략으로
무형문화재는 세대를 거쳐 계승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기능보유자의 직접적인 전수나 지역 중심의 축제를 통해 보존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더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무형문화재 박람회는 전통 기술과 예술, 의례, 민속놀이 등을 한자리에서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종합적인 문화행사로, 현대적인 무형문화재 보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과 광주는 각각 다른 형태의 무형문화재 박람회를 운영하며 고유의 방식으로 보존과 홍보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국가 단위의 무형문화유산 전시와 기록 중심의 아카이빙 시스템을 연계하고 있고, 광주는 지역 문화와 전통 기능인을 중심으로 한 참여형 박람회를 통해 전통을 일상 속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과 광주의 무형문화재 박람회가 어떻게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보존 방식에 있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 분석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정책이 무형문화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보존 전략이 지닌 의미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서울의 무형문화재 박람회 운영 방식: 기록과 아카이빙 중심의 체계화
서울특별시는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국가 무형문화재 보존 정책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도시입니다. 서울이 주관하는 무형문화재 관련 박람회는 주로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대전’, ‘서울 전통문화페어’,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등의 이름으로 개최되며,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 등 중앙기관과 협력하여 운영됩니다. 서울의 박람회 운영은 전시의 구조화와 기록 중심 아카이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무형문화재의 역사적 배경, 기능보유자의 인터뷰, 제작 공정, 영상 자료, AI 기반 기술 시연 등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관람객은 단순한 체험보다는 지식과 데이터를 통해 전통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또한 박람회 이후에는 해당 자료들이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 장기 보존에 활용됩니다. 무형문화재 기능 시연도 이론과 병행해 진행되며, 관람객은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 기술의 핵심을 배우게 됩니다. 서울의 무형문화재 박람회는 정보 전달형 콘텐츠와 자료화 중심의 방식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VR 체험, 디지털 전통 게임, AI 해설 부스 등의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청소년과 외국인 방문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실제 기능이나 생활문화의 생생함을 직접 느끼기엔 제한이 있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전통문화의 정서와 정교함을 전달하기 위해선, 단순 전시를 넘어 감각적 체험과 정서적 소통의 기회를 병행하는 전략이 보완적으로 요구됩니다.
광주의 무형문화재 박람회 운영 방식: 지역 중심 참여형 전통문화 축제
광주광역시는 예로부터 남도의 전통 예술과 민속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광주에서 개최되는 ‘광주무형문화재박람회’는 서울의 박람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광주는 지역의 기능보유자, 예술인, 전수자들이 중심이 되어 실연과 체험 중심의 참여형 박람회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무형문화재 보존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람회 현장에는 남도민요, 광주칠석고싸움놀이, 전통 국악기 만들기, 도자기 빚기, 전통 염색 등 다양한 무형문화재 체험 부스가 운영되며, 대부분 지역 전수교육조교나 장인들이 직접 진행을 맡습니다. 이러한 실감형 경험은 방문자에게 전통의 맥락을 감성적으로 전달하며, 무형문화재를 일상 문화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광주의 운영 방식은 ‘보는 박람회’가 아닌 ‘참여하는 박람회’로 차별화됩니다. 실제로 시민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거나, 관람객이 기능보유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전통 전승의 소통 채널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 청년 예술가와 무형문화재 기능인의 협업 공연도 이루어지며,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현대문화 속에서 재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주의 박람회는 기록이나 아카이빙 측면에서는 아직 정교한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행사 이후 자료의 디지털화나 보존 체계가 서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되지는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무형문화재 보존 측면에서는 일부 보완이 필요합니다.
박람회는 전통문화 보존의 새로운 장, 두 도시의 조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서울과 광주는 각각 다른 무형문화재 박람회 운영 방식을 통해 전통문화의 현대적 보존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정확하고 정제된 정보 기반의 기록 중심 시스템으로 무형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에 기여하고 있고, 광주는 시민과 지역 전통 예술인의 감성적 교류와 직접 체험을 통한 생활 밀착형 보존 방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방식 모두 장점과 보완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하나가 우수하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상호보완적 전략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서울의 정밀한 기록 방식이 광주의 생동감 있는 체험과 결합한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지속 가능한 무형문화재 보존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형문화재 박람회는 단지 축제가 아니라, 전통문화와 현대사회의 접점을 설계하는 문화적 실험장입니다. 지역과 세대를 넘어 전통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기술과 정서, 기록과 체험, 국가와 지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균형 있는 보존 전략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