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지역축제를 통한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안동과 남원의 사례 분석

myojeomi11 2025. 7. 3. 14:51

지역축제는 전통문화의 오늘날의 실천 공간입니다

무형문화재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단지 기록이나 박제된 형식으로는 온전히 보존될 수 없습니다. 사람이 보고, 듣고, 체험하며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무형문화재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축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 그 이상입니다. 지역축제는 지역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이 투영된 장이며, 무형문화재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실연함으로써 전통을 ‘현재형 문화’로 체험하게 만드는 유효한 플랫폼이 됩니다.
특히 무형문화재를 공연 중심이 아닌 생활문화 및 참여문화로 끌어내는 방식은 지역축제가 가진 독보적인 강점입니다.

한국의 여러 지역축제 중 안동과 남원은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대중화를 위해 축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온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안동은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양반문화를, 남원은 춘향제와 판소리를 중심으로 각각 지역의 정체성과 결합한 무형문화재 축제 모델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본문에서는 안동과 남원의 지역축제를 중심으로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의 전략, 효과, 과제 등을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지역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역축제를 통한 무형문화재 보존방식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 중심의 전통 계승과 관광 융합 전략

 

안동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과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을 적극적으로 관광 콘텐츠화하고 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안동의 대표 축제로, 탈춤을 무형문화 콘텐츠의 중심에 놓고 국내외 탈 문화와도 교류하는 복합 축제 모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축제를 통해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단지 전통 공연이 아니라, 현대 대중이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안동의 무형문화재 보존 전략은 전수자 및 보유자 중심의 보존 체계와 지역 행정의 축제 지원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안동시는 축제를 통해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정례화하고, 관광객 대상 탈춤 체험, 전통 탈 만들기, 민속놀이 교육 등 다양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통문화의 접근성을 확대해 왔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매일 정기 공연과 해설이 제공되며, 국내외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체계적 해설과 체험이 병행됩니다.

그러나 안동 축제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전통의 관광 상품화에 따른 본래 의미의 희석 우려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대중적 이해에 맞춰 각색되거나 일부 상업적 연출이 가미되면서, 원형 보존과 대중성과의 균형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안동은 지역축제를 통해 무형문화재를 도시 브랜드화하고, 문화유산을 실천적 콘텐츠로 발전시킨 대표적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남원: 판소리 중심의 지역정체성과 세대 전승형 축제 구조

남원시는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불리며,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인 춘향가를 포함한 다섯 바탕의 판소리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플랫폼이 ‘춘향제’입니다. 춘향제는 고전소설 『춘향전』을 바탕으로 남원 고유의 문화 정체성을 상징하며, 동시에 판소리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결합한 전통 축제로 성장해 왔습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공연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판소리 경연대회, 국악 신인 발굴, 소리 체험, 창극 공연 등 세대 전승 중심의 교육형 축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남원시는 춘향제를 통해 판소리를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 인재 양성과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 전승 구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와의 연계 교육, 판소리 창작 워크숍, 지역 아동을 위한 동요 판소리 수업 등은 전통이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삶 속으로 스며들도록 설계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는 젊은 국악인들에게 실질적인 경연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내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승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남원의 축제는 안동과 달리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1차 목표로 삼기보다는, 지역 내 전통 예술의 뿌리 확산과 예술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내향적 축제’ 성격이 강합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대중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남원은 판소리의 원형성과 정신성을 지키며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전통문화 보존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문화자산을 중심으로 한 축제 전략의 상보적 발전 가능성

안동과 남원은 각각 탈춤과 판소리라는 고유의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지역축제를 발전시켜 왔으며, 전통문화 보존과 대중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안동은 무형문화재를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여 대중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남원은 무형문화재의 원형성과 예술성에 중점을 두고 세대 전승과 지역 내 문화 기반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단순한 이분법적 비교로 평가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 구조로 이해되어야 하며, 축제의 목적, 무형문화재의 성격, 지역 사회의 참여 양상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필요합니다. 안동은 축제의 외연 확장과 콘텐츠 다양성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전통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원형 고증과 교육 프로그램 강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원은 축제의 내실을 기반으로 더 많은 시민과 외부인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매체 전략과 홍보 강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무형문화재는 지역축제를 통해 과거의 문화가 현재의 삶과 연결되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이 단지 보존 대상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행위로 기능할 때, 비로소 무형문화재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안동과 남원의 사례는 그 방향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앞으로 한국 전통문화 보존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