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관광 연계형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비교: 경주와 여수 사례

myojeomi11 2025. 7. 9. 12:59

무형문화재는 단지 보존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관광자원입니다

무형문화재는 역사와 기술, 예술과 철학이 집약된 문화적 결정체로, 단지 기록하거나 박물관에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장에서 실연되고,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며 계승될 때 진정한 가치가 실현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무형문화재를 단지 전통의 유산으로만 다루기보다는, 관광 콘텐츠와 결합해 현대인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시도들이 지역마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관광이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고유의 무형문화재를 관광 자산으로 활용하고 보존하는 ‘관광 연계형 무형문화재 정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경상북도 경주와 전라남도 여수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지역 특색을 바탕으로 무형문화재를 관광과 연계하여 보존하려는 전략을 실현해 온 대표적 지역입니다. 경주는 신라 왕경의 역사성과 불교문화 중심의 전통 예술을 활용해 문화재 중심의 정제된 콘텐츠형 관광 모델을 발전시켜 왔고, 여수는 해양 민속과 공동체 축제를 기반으로 참여형·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보존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주와 여수의 무형문화재 관광 연계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고, 각 전략이 무형문화재 보존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와 과제를 함께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관광 연계형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비교: 경주와 여수 사례

 

 

역사 문화 중심의 콘텐츠화와 품격형 관광 자원화 전략

경주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등을 중심으로 신라 천 년의 고도(古都)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이 강하게 형성된 도시입니다. 무형문화재 보존에서도 이러한 역사성을 강조하며, 전통 예술과 의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와 제44호 ‘경주 향교 석전대제’는 고품격 전통 예술 및 의례 체험으로 차별화되어, 매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신라 문화제 등 대형 문화행사와 연계되어 관광객에게 공개됩니다.

경주는 특히 무형문화재를 콘텐츠화하여 정기 공연과 전시, 고궁 야간 개방 행사 등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문화재의 대중 접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라 천년 미디어 쇼’나 ‘무형문화재 재현공연’은 관광객에게 고전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동시에, 보유자와 이수자의 안정적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또한 경주시와 경북도는 전수관 시설을 활용하여 전통 공예 체험, 신라 전통 복식 입기, 국악 교실 등 관광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주의 보존 방식은 관광 콘텐츠화의 정제와 형식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해, 일부에서는 무형문화재가 ‘정기 공연화’되면서 원래의 공동체적 맥락이나 의례적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런데도 경주는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켜 고급문화관광과 무형문화재 보존을 동시에 실현하려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으며, 이 점에서 문화재 행정의 안정성과 전문성이 돋보이는 도시로 평가됩니다.

 

여수: 해양 민속 기반의 체험형 축제와 공동체 실천 중심 모델

 

여수시는 남해안 해양 문화의 중심지로, 어촌 공동체의 생활 속에서 형성된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관광과 연계해 생활형·참여형 문화로 확장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무형문화재로는 ‘여수 갓김치 담그기’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여수 통제영 수군제’, ‘갯벌 채취 민속’ 등이 있으며, 이들 모두가 지역민의 삶과 연결된 민속 중심 문화재입니다.

여수시는 매년 열리는 ‘여수밤바다축제’와 ‘여수갯벌문화축제’, ‘여수세계한상대회’ 등 대형 관광 행사에 무형문화재 프로그램을 적극 포함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갓김치 담그기 체험행사는 보유자가 직접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참가자가 함께 재료를 다듬고 담그는 참여형 콘텐츠로 운영되며, 결과물은 기념품으로 제공되어 전통문화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높은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여수는 전통 어촌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무형문화재 보존회를 구성하고, 해녀와 어민을 중심으로 민속놀이, 해양제례, 전통 어구 만들기 등을 현장에서 실연하는 체험 콘텐츠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존 방식은 대중성은 다소 약하더라도, 전통문화가 지역민의 삶 안에서 계속 실천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다만 여수의 보존 방식은 예산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관광 콘텐츠로서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으며, 기록화 및 콘텐츠 품질 관리 측면에서는 아직 보완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정제된 콘텐츠형과 생활 기반 참여형의 상호보완적 가치

 

경주와 여수는 각각 역사 문화 기반의 정제된 관광 콘텐츠형 무형문화재 보존 모델생활 속 실천 중심의 참여형 보존 모델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무형문화재 보존 정책이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경주는 고급 문화재를 매력적인 콘텐츠로 정제하여 대중에게 전달하고, 여수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전통을 살아 있는 문화로 체험하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상호 대립이 아니라 전통문화 보존에서 필요한 양축(兩軸)으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 경주는 콘텐츠의 품질과 대중 접점을 강화함으로써 무형문화재를 관광 산업과 연결하고 있으며, 여수는 실천성과 공동체성을 통해 전통이 끊기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두 접근을 융합해, 형식성과 감성, 관광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복합적 보존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역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무형문화재가 현대인의 삶 속에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궁극적으로 무형문화재는 보고 듣는 유산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재현해야 할 ‘행위의 문화’입니다. 관광과의 연계는 그 행위를 이어가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경주와 여수의 사례는 전통을 살아 있는 문화로 전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실천적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