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남양주 전통 줄타기와 밀양 줄타기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차이

myojeomi11 2025. 7. 13. 10:29

같은 줄 위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 전통

줄타기는 단순한 곡예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유희성과 지혜, 풍자를 담은 무형 문화예술의 정수입니다. 줄 하나 위를 걷는 위험한 퍼포먼스 속에, 삶의 풍경과 공동체의 정서가 함께 실려 있었기 때문에 줄타기는 오랫동안 민속 축제나 제례의 일부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특히 남양주와 밀양은 줄타기라는 동일한 전통 연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온 대표적인 두 지역입니다. 이 두 지역은 줄타기의 기술적 형태만 아니라, 이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구조와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남양주는 수도권이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현대 공연 예술로의 확장과 제도화된 교육 시스템을 중심으로 줄타기 보존에 나서고 있으며,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 줄타기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반면, 밀양은 지역 고유의 향토성과 마을 공동체 중심의 계승 방식을 통해 줄타기의 원형성과 민속적 맥락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남양주 줄타기와 밀양 줄타기가 어떻게 다르게 보존되고 있는지, 각자의 방식이 어떤 문화적 가치와 과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남양주 전통 줄타기와 밀양 줄타기의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 차이

 

남양주 줄타기: 현대 예술과 결합한 콘텐츠형 보존 전략

남양주 전통 줄타기는 남사당패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희 양식 중 하나로, 현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보존회 산하에서 활발히 전승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줄광대의 기술만 아니라, 줄 위에서 이루어지는 해학적인 입담, 풍자, 사회 비판 요소를 적극적으로 현대화하여 다양한 형태의 공연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남양주는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과 관객 기반을 활용하여, 줄타기를 전문 공연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지역입니다. 줄타기 공연은 단순한 민속 시연이 아니라, 연극, 무용, 음악을 접목한 종합 예술 콘텐츠로 기획되며, 특히 문화재청과 남양주시의 공동 지원 아래 정기 공연과 초등학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국악원과 연계한 ‘도시형 무형문화재 콘텐츠’ 제작 사업을 통해 줄타기 영상 콘텐츠, 아카이빙 자료,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 등 디지털 전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줄타기의 기록 보존과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예술적 콘텐츠화에 초점을 맞춘 보존 방식은 줄타기 본연의 ‘민중성’이나 ‘공동체 놀이로서의 맥락’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통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는 필수지만, 그 변화가 원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밀양 줄타기: 마을 공동체 중심의 실천적 전통 계승

 

밀양의 줄타기는 경남 지역의 전통 민속놀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정월대보름이나 지역제례, 농경 행사 등과 함께 이루어졌던 '삶과 함께하는 줄타기’ 로서 보존되고 있습니다. 밀양시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줄타기는 지금도 지역 어르신들과 주민 중심의 줄타기 보존회가 실연하고 있으며, 기술의 전수만 아니라 전통적인 제의의 분위기까지 함께 계승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밀양의 줄타기는 남양주처럼 예술화된 형태보다는 생활 속 공동체 의례와 연계된 전통적 형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직접 줄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며, 주변 마을과 협업하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줄타기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도 형식화된 교육보다는 도제식, 체험식 방식이 중심이며, 이는 전통 전승의 감성과 인간적 교류를 지키는 데 유리한 구조입니다.

또한 밀양시는 줄타기를 지역축제와 결합하여 마을 행사로 재현하며, ‘밀양 줄 문화축제’ 등과 같은 행사를 통해 지역 전통문화와 연희를 통합한 전승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예산과 관객 기반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으나, 줄타기의 전통적 가치와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공동체 중심 보존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물론 현대 관객과의 소통이나 대중 콘텐츠화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한계도 있지만, 줄타기를 문화가 아닌 '삶의 일부'로 보존하려는 철학적 태도는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정형화된 공연형 보존과 공동체 기반 실천형 보존의 상보성

 

남양주와 밀양의 줄타기 보존 방식은 각각 공연 예술 콘텐츠화 모델생활 밀착형 공동체 실천 모델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는 전통 보존이 단일한 형태로만 이뤄질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남양주는 제도와 기술을 통해 줄타기를 고도화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밀양은 공동체와 전통 감각을 보존함으로써 줄타기의 뿌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두 방식은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더욱 강력한 전통 보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남양주는 밀양의 공동체적 실천성을 참고하여 교육 콘텐츠에 민속적 맥락을 녹여낼 필요가 있으며, 밀양은 남양주의 디지털 콘텐츠화 전략을 일부 도입하여 더 많은 대중과 접점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줄 위를 걷는 것은 외줄이지만, 그 위에 실린 전통의 가치는 수많은 기억과 공동체의 숨결로 이뤄져 있습니다. 줄타기의 보존은 단순한 기술 계승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웃음과 풍자, 위로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일이 되어야 하며, 남양주와 밀양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사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지역의 보존 방식에서 배울 점을 서로 교류하고 확장해 나가는 전통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