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극, 무형문화재 보존의 새로운 창구가 되다
무형문화재는 세대를 이어 전승되어야 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를 단순한 보존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매체를 통해 재해석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전통극’입니다. 전통극은 지역 고유의 서사와 예술을 무대 위에 올려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강력한 표현 수단입니다. 특히 공연이라는 형태는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전통의 정서와 미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구와 전주는 각각의 지역성을 반영한 전통극 제작과 공연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대구는 근대극의 중심지로서의 전통을 바탕으로 ‘영남 지역 전통 설화와 풍물놀이’ 등을 주제로 전통극을 제작하며, 전주는 조선시대 판소리와 민속극을 중심으로 한 전통 예술극을 통해 무형문화재의 서사와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대구와 전주가 전통극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각 지역이 선택한 전략과 그 차이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대구의 전통극 보존 전략: 영남 문화 콘텐츠의 창작과 융합
대구는 전통적으로 영남 문화권의 중심지로, 풍물놀이, 탈춤, 민속 설화 등이 풍부한 지역적 자산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대구문화재단과 대구예술발전소는 지역 무형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창작극 제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전통 요소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연극적 창작을 통해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와 무대를 구성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팔공산 전설극’이나 ‘대구 도깨비 전’ 같은 작품은 지역 설화와 무형문화재인 농악, 탈춤, 줄다리기 등을 융합한 형태로 제작되어 관객의 흥미를 유도하는 동시에 문화적 전통을 간접 체험하게 합니다. 대구의 경우, 지역 예술가와 시나리오 작가,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이 공동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유기적인 결합을 끌어냅니다. 또한, 대구시는 학교와 연계하여 전통극을 교육 연극(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대상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이 전통극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무형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전승 의식을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공연 후에는 관람자와 함께하는 ‘전통예술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일회성 감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인식으로 연결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의 전통극 보존 방식은 창작 중심이라 원형 보존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으며, 공연의 흥미 위주 구성으로 인해 기능 전승에 대한 실질적 기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연과 병행하는 원형 전수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주의 전통극 보존 전략: 원형 재현 중심의 정통성 강화
전주는 조선 후기 이래 판소리와 굿, 민속극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형문화재 보존에 있어 정통성과 전통 기술의 원형 유지에 매우 중점을 두고 있는 도시입니다. 전주에서는 국립무형유산원, 전주문화재단,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등 기관이 중심이 되어 전통극을 통한 무형문화재의 정통적 계승과 교육 중심 보존 전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제작되는 전통극은 대체로 실제 기능보유자의 지도로 재현되며, 극의 형식 또한 판소리, 남도굿, 전라도 민속놀이 등의 전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강하게 반영됩니다. 대표적으로 ‘흥부가 탄생 공연’이나 ‘전주제례무 복원극’ 등은 무형문화재 본래의 형태를 극화한 사례로, 기능 전수자와 제자들이 실제 무대에서 기술을 재현함으로써 전통 기능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주는 전통극을 전수교육과 연계된 무대 훈련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과 연계된 공연은 기능보유자의 실제 시연과 훈련 과정을 극에 녹여내어, 극이 곧 전승의 과정이 되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무대 위의 재현이 아닌, 살아 있는 학습의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전주의 전략은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관점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일반 대중과의 접근성이나 관객층의 다양성 확보 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공연의 창의성과 시각적 매력은 대구에 비해 덜할 수 있어 젊은 층의 흥미 유도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판소리극과 영상,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실험도 일부 시도되고 있습니다.
창조와 보존, 두 도시의 조화로운 시도는 무엇을 남길까?
대구와 전주는 전통극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전략에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구는 창작을 통해 대중성과 융합적 접근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주는 원형을 유지하며 정통성과 기능 전승을 핵심으로 삼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두 방식은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지니며,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통은 시간과 함께 변화하지만, 그 뿌리는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구의 창의성과 전주의 정통성이 만난다면, 우리는 더욱 풍성하고 지속 가능한 무형문화재 보존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주의 전통극 제작 노하우를 대구의 창작 시스템과 연결하거나, 대구의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전주 공연에 접목하는 등의 융합 전략은 전통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무형문화재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문화적 자산입니다. 앞으로도 전통극은 그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대구와 전주처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하고 진화하는 보존 방식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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